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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더 줄거리 주요특징 감상후기

by kkkjjjsss 2025. 3. 21.

더 파더
더 파더

 

「더 파더 (The Father, 2020)」는 플로리안 젤러(Florian Zeller)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앤서니 홉킨스(Anthony Hopkins)올리비아 콜맨(Olivia Colman)이 주연을 맡은 심리 드라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노년의 치매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경험하는 인물의 ‘내면’에 관객을 직접 끌어들여, 기억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과정을 **심리적 체험**으로 이끈다. 이는 기존의 치매 영화들이 관찰자의 시선으로 풀어냈던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며, 관객을 철저히 혼란에 빠뜨림으로써 치매 환자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이 독창적 연출은 비평가들과 관객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앤서니 홉킨스는 이 작품으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그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전설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1. 줄거리

누구의 기억이 진짜인가
앤서니(앤서니 홉킨스)는 런던의 한 플랫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다. 그는 스스로 모든 것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다고 믿지만, 딸인 앤(올리비아 콜맨)은 아버지의 점점 심각해지는 혼란과 망각을 걱정하며 요양원 입소를 고민한다. 영화는 앤서니가 느끼는 혼돈을 관객이 직접 경험하도록 설계된 구조로 진행된다. 장면마다 시간은 튀고, 같은 사람이 다른 배우로 교체되며 등장하기도 하고, 이미 일어난 사건이 다른 방식으로 반복되기도 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관객은 앤서니처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앤서니는 처음엔 요양보호사를 불신하고, 딸이 자신을 버리려 한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보이는 분노와 냉소 뒤에는 자신조차 기억을 믿지 못하는 절망이 자리하고 있다. 어느 순간엔 앤이 프랑스로 이사 간다 하고, 또 다른 순간에는 자신이 딸 집에 있는 것 같기도 하며, 심지어 딸이 살아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비극적인 혼란 속에 빠져든다. 결국 그는 병원 침대 같은 낯선 공간에서 간호사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울며 말한다. “엄마… 엄마가 보고 싶어요.” 이 한 마디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고통의 정점이자, 인간 존재의 가장 본능적 외침으로 관객에게 각인된다.

2. 주요 특징

1) 인물 중심이 아닌 '인지 경험' 중심의 서사
‘더 파더’는 이야기나 인물보다 정신적 체험에 초점을 맞춘다. 앤서니가 겪는 ‘인지적 혼란’을 편집과 장면 구성, 배경의 미세한 변화 등 영화적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관객이 ‘보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러한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앤서니의 감정을 단순히 공감하는 것을 넘어서, 그의 내면으로 직접 들어가게 만든다. 그의 시야, 그의 귀, 그의 시간 감각은 이제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관객 또한 그러한 감각적 붕괴를 체험하게 된다. 2) 미묘하게 변화하는 미장센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지만, 벽지의 무늬, 조명의 위치, 가구의 배치가 계속해서 미세하게 바뀐다. 이 변화는 앤서니의 혼란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며, 처음에는 눈치채기 어려운 이 차이들이 서서히 불안감을 조성하고 기억이 무너지는 감각을 부각시킨다. 3) 앤서니 홉킨스의 연기력
이 영화의 핵심은 무엇보다 앤서니 홉킨스의 연기에 있다. 그는 오만하고 냉정한 노인이었다가, 갑작스레 아이처럼 불안에 떨기도 하며, 기억과 현실이 엉켜 혼란에 빠지는 인간을 놀라운 감정의 폭으로 그려낸다. 그의 연기는 단순한 역할 수행이 아닌, 기억을 잃어가는 인간 존재의 심연을 그 자체로 형상화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감상 후기

이 영화는 감상 이후에도 오래도록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노화, 기억 상실, 부모와 자식 관계, 그리고 인간 존재의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심각하게 환기시킨다. 앤서니의 절규는 단순한 감정 연출이 아니다. 그는 무너지는 자신을 인식하는 동시에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중적인 고통을 겪는다. 관객은 그와 함께 시간을 잃고, 공간을 잃으며, 결국 존재 자체의 흔들림을 느끼게 된다. 그 어떤 장황한 설명도 필요 없이, 그의 마지막 울음은 말한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다. 나는 내 자신조차 잃어버렸다." 이 영화는 기억을 잃는 사람이 그 기억 속에 무엇을 담고 있었는지를 돌이켜보게 만든다. 사람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그 과거를 기억하는 ‘존재’ 그 자체라는 사실을 이 작품은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일깨운다.

결론

「더 파더」는 노화나 질병을 피상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감각의 붕괴, 기억의 해체 과정을 정밀하고 정직하게 재현한다. 특정 계층이나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보편적인 현실을 철저히 체험 중심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극적인 반전도 없고, 드라마틱한 감정 폭발도 없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의 진폭은 그 어떤 영화보다 깊고, 넓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누군가는 자신의 부모를, 또 누군가는 미래의 자신을 떠올릴 것이다. 기억이 사라져도, 그 사람의 고통은 현실이라는 점. 그리고 그 고통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더 파더는 말없이 전한다.